- 2007/02/26 1번가의 기적, 그리고 비겁한 기적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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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번가의 기적, 그리고 비겁한 기적
2007/02/26 19:21

어제, (혼자) <1번가의 기적>을 보고 왔다. 메가박스 2관, 나쁘지 않았던 자리, 다만 앞과 왼쪽, 그리고 오른쪽의 다정한 연인들 사이였던 자리에서.
스토리 진행이나, 전체적인 면은 괜찮은 편이었으나, ‘옴니버스’ 느낌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물론 이 영화는 ‘강풀 만화’가 아니므로 전혀 별개인 것 같았던 이야기가 스리슬쩍 묶이는 그런 감동(난 아직도 <순정만화>의 묘한 매력을 강풀 만화 최고의 매력으로 꼽는다)을 기대하는 게 잘못일 수도 있겠다만, 이 영화는 나쁘게 말하면 ‘달동네 옴니버스 영화’가 돼버린다.
전체적인 스토리 구조가 매우 익숙하다. 재미있게 나가다 한 순간에 틀어지고, 슬퍼지고. 좋게 말하면 무난하고, 나쁘게 말하면 식상한 구조. 요즘 영화를 ‘자주’ 감상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권장할 법하지만, 요즘 영화를 ‘자주’ 감상하는 사람들은 그저 그런 영화다-라 생각할 법하다.
(여기서부터는 스포일러가 많습니다. 내용을 아셔도 상관이 없으시다면, 마우스로 긁어서 읽어주세요.)
내용은... 말하자면, 달동네 아이들 이야기, 러브스토리, 그리고 복싱 이야기의 조합이다.
이 영화의 3분의 1은 식상하다. 러브스토리는, 정말 예측 가능한 스토리, 그대로 흘러갔다. 자신의 가난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슬퍼하는 선주, 그런 선주를 이해하고 결국에는 사랑을 이뤄내는 ‘정수기 아저씨’의 이야기는 정말 ‘어디선가 봤다’란 느낌이었다.
또 하나의 3분의 1, 복싱 이야기도, 흔한 스토리였다. 물론 내 세대는 <록키>를 본 세대는 아니라, 익숙한 스토리로 다가오진 않았다. 하지만 줄거리는, 거의 <록키 1>의 복사판이다. 정말이다. “애드리안”을 외치듯이 “명란”을 외치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경기와 동시에 세상을 떠나는 아버지가 말하는 ‘세상에서 가장 강한 사람’으로서의 챔피언의 가치가 있다. 정말 무난한 스토리였다.
하지만 이 영화의 가치는 마지막 3분의 1, 달동네 이야기에 있다. 따뜻했다. 그리고 슬퍼졌다. 이 영화가 <색즉시공>, <낭만자객>의 윤제균 감독의 영화-라는 점에서 으레 기대되던, ‘코미디 영화’라고 생각하진 않았다. 하지만 달동네 이야기는 유머가, 조금 남아있었다. “두껍아 두껍아 헌 집 줄게 새 집 다오”를 철거당하는 집 앞에서 부르는 그 아이들의 슬픔이란. 신파처럼 끌고 나가다, 그 신파를 뒤집으며 결국엔 ‘비행’에 반쯤 성공하는 그 ‘기적’.
어쨌든, 전체적인 인상이 나쁘진 않은 영화였다.
하지만 마지막 3분 정도가 그 모든 인상을 망쳐버렸다. 정말 뜬금 없었다. 아무리 “1번가의 기적”을 외쳐도, 이건 “비겁한 기적”이다. 아니면 “기적”을 절실히 바랬던 감독의 실수다. ‘그 이후’에 대해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 영화가 아니란 점에선 칭찬해줄 법하지만, 도망갔다던 엄마가 돌아와, 토마토 농장에서 마음껏 토마토를 따먹는 아이들, 정말 그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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