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크린샷 : 인터넷한겨레, 편집 : Z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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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미니즘에 대한 매우 흔한 오해들
하나. 이 블로그 밑에 있는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나는 남성이다. 하지만, 난 페미니스트임을 자처한다. 아, 그럼 난 대단한 마조히스트(masochist,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받아 성적 쾌감을 느끼는 사람)인가? 지금 내가 쓰고 있는 이 글은, 내가 마조히스트라는 걸 만방에 밝히는 ‘커밍아웃’?
둘. 페미니즘은 성매매를 찬성할까, 반대할까? 여기에 대답은, ‘둘 다 한다!’ 이른바 ‘급진주의 페미니즘’은 성 판매 여성을 ‘희생자, 허위허식과 세뇌된 여성’으로 보며, ‘성매매 자체가 인권 침해’임을 외치지만 ‘자유주의 페미니즘’은 성 판매 여성을 ‘성 노동자, 성 전문가’로 보며 ‘성 노동 금지가 생존권 침해’라고 외친다!1 그럼 많은 사람들이 말하는 ‘극렬 페미니스트’가 되면 ‘성매매 자체가 인권침해’이지만 ‘성 노동 금지는 생존권 침해’이니 ‘인권침해를 하자’고 말하게 되는 건가? 아, 헷갈리기 시작한다!
셋. 많은 사람들이, 다른 몇몇 ‘~이즘(ism, ~주의)’처럼 페미니즘은 자체로 하나의 ‘완성된’ 길이며, 모든 ‘페미니스트’임을 자처하는 사람은 그를 따라야 한다고 믿는다. 그런데, 여성가족부를 비판하는 페미니스트들도 있긴 있잖아. 왜 페미니스트들은 자기들끼리, 원론적인 것 가지고도 논쟁을 벌이는 거지? ‘이해도’가 낮아서 그런 건가?
2
- 대체 페미니즘은 무엇인가
누구나 쉽게 저지르는 잘못이기도 하면서, 그 어느 잘못보다도 ‘꼴불견’인 잘못이 있다. 알지도 못하는 것을 비난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알지도 못하는 것에 대한 언급은 비판일 수 없다. ‘합리적인 판단 기준’에 입각한 ‘판단’을 하기 위해선 대상에 대한 정확한 이해는 필수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알지도 못하는 것에 대한 언급은, 잘 해봤자 ‘비난’일 뿐이다. 아니면 신앙심이거나.

성 평등을 실현하는 길은 다양하다. ‘행위 자체’를 중요시하는 사람도, ‘의사 자체’를 중요시하는 사람도 다 페미니스트로 묶일 수 있다. 방법론을 따져볼까? 성 평등을 실현하려면, 여성의 권익 향상시키는 방법도, 남성의 권익을 깎아내리는 방법도 있다.
그래서, 몇몇 사람들이 언급하는 ‘극렬 페미니스트’라는 말은, 말 그대로 어불성설이다. 다양한 것들을 하나로 쉽게 묶어서 생각할 순 없는 노릇 아니겠는가?2 문제는, 이런 딱지가 너무나도 쉽게 붙는다는 거다. 페미니즘을 매우 조금이나마 아는 사람으로서, ‘극렬 페미니스트’라는 말을 쓰는 사람들이 너무나도 한심스러워 보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3
- 교육, 미디어, 그리고 편견
대체 이런 오해들은 왜 생기는 것일까? 일차적으론 교육의 문제가 있겠다. 아무도 페미니즘을 ‘가르치지’ 않는다. 성평등에 대해, 성적 소수자에 대해 조금 언급이라도 하는 사람들은 많지만, 그것이 페미니즘이라고 자신 있게 말하는 사람은, 정말 드물다. 페미니즘이라는 게 딱 하나로 말할 수 있는 게 아닌, 너무나도 다양한 거란 걸, 그나마 아는 사람은 드물다. 이렇게 전혀 알지 못하면서, 기존 가치관(가부장제)에 정면으로 대항하는 이념을 처음 ‘목격’한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 ‘저 사람들 대체 왜 저러는 거야, 한심하게.’ 정도일 거다. 기존 사고방식으론, ‘다른’ 사고를 이해하긴 힘드니까.
뉴스와 뉴스 댓글은, 항상 자극적인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자극적이지 않은 이야기는 묻혀 작은 기사로 전락해 버리고, 논쟁거리는 항상 톱기사가 되어 수많은 댓글의 향연을 이끈다. 내가 포털 뉴스를 그다지 탐탁지 않게 보는 이유가 이거다. 항상 소모적인 논쟁(?)만 이끄니까. 페미니즘에 대한 건, 더하면 더했지 결코 덜하진 않을 거다. 기존 가치관과 정면으로 대항하는 것만으로도 논쟁거리인데, 앞뒤 맥락 다 잘라놓고 항상 자극적인 언행만 큰따옴표에 묶여 기사 제목이 되어버린 게, 어디 한두 번인가? 이게, 페미니즘에 대한 오해의 두 번째 원인이다. 이러한 자극적인 미디어가 낳은 편견 말이다.
(아참, 많은 사람들이 ‘운동권’과 ‘시민단체’는 항상 자극적인 운동과 시위만 하냐고 오해하는데, 그것도 여기서 생긴 문제라 본다. 잔잔하게 ‘대안’을 ‘제시’하는 시민단체, 대개 묻히기 마련이다. 보이지 않을 뿐이지, 어딘가엔 있다. 나도 하나 봐둔 데가 있으니까.)
‘모름’으로 생긴 편견은 풀기 힘들다. 하지만, 방법은 있다. ‘계몽주의’처럼 가르치려는 방법도 있지만, 난 그 방법은 싫다. 난 당신의 성실성에 기대를 건다. 오해는 직접 알아가는 ‘성실한’ 사람들에겐 자취를 감추기 마련 아니던가.
그래서 나는, 무책임하다는 걸 알면서도, 당신의 성실성을 어렴풋이 기대해본다. 이 글이, 잠자고 있는 당신의 ‘성실성’을 깨우는 일종의 기폭제 역할을 했기를, 진심으로 빈다.
P.S. 페미니즘도 역사가 꽤 오래된 이념이다. 위에서 언급한 급진주의, 자유주의, 마르크스주의, 사회주의 등의 분파 역시, 오래된 것들이다. 요새 들어선 이러한 이념들이 ‘서로 복합적으로 얽히면서’ 다양해지고 있다는 걸 꼭 알아두시길. 또, 고전적인 페미니즘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처럼 ‘백인 중산층의 것’이었지만, 요즘엔 그런 것들을 페미니스트 스스로도 비판하며(‘우머니즘’이란 말도 잠깐 나왔었는데, 난 그것도 이러한 움직임 중 하나라 본다), 보다 더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으니, 그런 오해들은 풀었음 하는 바램이다.
아참, 나도 페미니즘을 자세히, 그 분파가 어떤 이념을 갖고 있는지 자세히 알고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지금의 인식이 확실히 ‘틀렸다’는 건 알고있을 뿐이다. 부족하다 욕해도 좋다. 부족한 게 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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