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잠깐 생각해보자. 웹 2.0은 웹 1.0보다 더 ‘우수’한가? 다시 말하면, ‘참여-공유-개방’은 새로운 웹에서는 ‘정답’에 가까운가? 더 많은 사람이 참여하면 항상 더 좋은 결과가 나오나?
롱테일을 가능하게 만든 ‘장벽의 해체’는 정말 이루어졌는가
롱테일 경제학이 요새의 키워드인가보다. 20대 80의 법칙을 뛰어넘을 수 있는 ‘이상계’에서는 나머지 80 역시 가치있어진다는 게 바로 ‘롱테일 경제학’이 이야기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이상계에서는 정말로, 항상 20대 80의 법칙을 ‘뛰어넘을’ 수 있나?
아니라고 본다. 메타 블로그들을 보자. 20대 80의 법칙을 뛰어넘었다면야 수많은 글들이 골고루 추천을 받았겠지만, 현실이 그렇던가? 통합된 추천 API가 존재하지 않고 부정추천을 막을 수 있는 룰이 존재하지 않는 현재 상황에서, 메타 블로그들에선 유독 추천 ‘쏠림’이 심하다. 각각 부각되는 주제도 정해져있다1. 왜냐고? 이미 추천을 받은 ‘소수의’ 글이 메타 블로그를 뒤덮고, 그 글들에만 추천이 누적되는 현상이 일어나버렸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20대 80, 혹은 1대 99의 재현이다.

결국, ‘웹 1.0’과 다른 게 뭘까. 실제로는 자기가 고른 글이 그닥 많이 보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느끼는, “난 기존의 언론이 골라주는 글이 싫었어. 하지만 이 사이트는 우리의 참여로 이루어지잖아!” 식의 알량한 만족감을 느낄 수 있다는 거?
과한 참여, 배가 산으로 간다

이거, 나쁜 건 아니다. 우리 사회에는 변화, 난잡함, 모호함을 병적으로 거부하는 사람2이 한둘이 아니다. 물론, 그건 그 사람들의 문제가 아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진보와 보수의 우열을 가리면 안 되는 것처럼, 우리는 정리된 것과 모호한 것의 우열을 가리면 안 된다. 그리고 세상 사람의 절반밖에 만족시킬 수 없는 걸 ‘2.0적이니 우월하다’고 말할 순 없다.
특수성을 무시한 공유는 위험하다
공유라는 것도 마찬가지. 특수성을 무시한 공유는 위험하다. ‘개방, 참여, 공유’는 웹 2.0의 핵심 개념이고, 웹 2.0은 웹 1.0보다 우월하니 공유는 폐쇄보다 위험하다 식으로 접근하면, 개인정보나 저작물도 공유하는 게 좋은가?
물론 아닐 것이다. ‘개인의 프라이버시’와 ‘시민의 알 권리’가 한없이 충돌한다는 걸, 그 둘은 조심하게 다뤄야 한다는 걸 우리는 지난 오랜 세월동안 학습해왔다. 그 오래된 교훈을 한순간에 무시할 순 없다.
원하는 것만 보고, 원하는 것만 듣는다?

정말 원하는 것만 보고 원하는 것만 듣는 게 최고인가? 나는 그게 개인의 발전에 그닥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자신만의 세상에 빠지고 말 거고, 편협함의 포로가 되버릴 게 뻔하지 않은가. 더 넓은 세상의 목소리를 듣고, 여러 방면으로 정보를 수집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는, 내가 굳이 강조하는 것 자체가 사족이라 생각한다.
문제를 찍지 말고 풀라
결국, 결론은 하나다. ‘개방-공유-참여’라는 게 항상 정답이 될 수는 없다. 세상에는 수많은 상황이 있고, 수많은 일이 벌어진다. 수많은 상황에 대한 특수성 없이 오로지 하나의 답만을 내세우는 건, 마치 시험 문제 찍을 때, 늘 랜덤하게 찍으면 다 빗겨가니 일관성있게 3번으로 찍으면 된다고 말하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본다. 결국 중요한 건, 문제를 찍는 게 아니라 문제를 푸는 거다.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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