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과 현실은 항상 다르기 마련이다. 아니, 이상이 현실과 같다면 그게 이상이 아니지. 그래서일까. 내가 바라는 나와 현실의 나는 판이하게 다르다.br / br / 이상 속의 나. 이상 속의 나는 기자다. 물론 기자가 한국 사회의 ‘공공의 적’임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난 기자라는 게 꽤 괜찮은 직업이라 생각한다. 기자라는 게 무엇이더냐. 내가 생각하는 기자는 “다른 사람들(특히 대중)에게 지식 등의 풍부한 컨텐츠를 전달해주는” 직업이다. 난 지식 등은 돌고 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교사나 교수직은 도저히 못해먹겠더라. 내 능력 상의 한계랄까.br / br / 하지만 현실은 이렇다. 나는 고등학교 1학년생이고, ‘대학’이라는 문제가 눈앞에 와있다. “대학이 인생을 좌우한다.” 이 말을 몇 번이나 들었는지 모르겠다. 게다가 내가 다니는 학교는 내신점수 챙기기가 지독하게 어려운 학교다.br / br / 그래서일까. 이 학교 학생들은 ‘경시’라는 것에 매달린다. 대학 때문에. 좋아서, 한 과목을 깊게 알기 위해서 하는 거라면 큰 문제가 없겠지만, 그게 좋아서가 아니라 일종의 강요로 한다는 건 문제라고 생각한다.br / br / 나도 그걸 하긴 했었다. 하지만 이내 나는 그게 내 적성에 전혀 맞지 않음을 깨달았다. 도저히 손에 잡히질 않았다. 내 손에 잡히는 건 글쓰기, 그리고 사이트 제작이었다. ‘화학’을 하면서 아무런 희열을 느끼지 못했던 나였지만, 글을 쓴 후에 찾아오는 여러 반응들을 볼 때, 혹은, 여러 사이트를 만들고, 완성해가고, W3C XHTML 유효성 검사기를 통과할 때의 기분은 더없이 짜릿했다. 내가 원해서 한다는 것과 ‘어쩔 수 없이’ 한다는 것의 차이는, 그렇게 컸다.br / br / (아니, 아무리 ‘제대로 된’ 과학기자를 꿈꾼다 해도, 나에겐 이렇게까지 해야하나-란 생각이 들고 마는 걸.)br / br / 그래. 누군가는 이런 나를 보고 (기분 나쁘게) ‘노력 부족’이라며 날 비난할 수도, 아니 날 질책하며 몰아붙일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하여튼, 그게 내 스타일은 아니었다. 평소 흥미를 갖고 있던 ‘화학’. 고등부 경시라는 것에 조금 손을 댄 이후 난 이 과목에 흥미를 완전히 잃었다. 호감이 비호감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br / br / 그래서, 나는 그 시험을, 결국 보지 않았다. 표면적인 이유는 ‘컨디션 난조’였지만, 단순 컨디션 난조가 아니라 무의식에서 무언가가 작용한 거라 나는 믿고있다. 뭐, 거창한 ‘안티테제’는 아닐 거다. 하지만 무언가 거부심리가 있던 건 분명하다.br / br / 이런 생각을 해본다. 대학 없이도 성공한 사람은 참 많다. 이 사회는 대학 없이도 성공한 사람들의 예는 참 많이 알려준다. 에디슨이든, 스티브 잡스든, 빌 게이츠든. 하지만, 막상 대학 없는 길을 선택할까-하면 대답은 거의 다 “노”다. 이중적이다. 그럴 때 이 말을 날리고 싶어진다. “노 땡큐!”br / br / 하지만, 내가 “노 땡큐”를 외치는 순간, 이미 그들은 내 목소리를 들어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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